형님들, 상담하다 보면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있습니다. “나는 씀씀이 크지 않은데, 왜 자꾸 줄어들지?” 같이 지출 내역을 하나씩 훑어보면, 큰 지출 하나가 아니라 오래된 습관 몇 가지가 계속 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 조사에서는 5060세대 10명 중 7명이 “그때 조금만 참았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소비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 후회 목록 상위권을 차지하는 게 바로 지금부터 말씀드릴 세 가지입니다. 젊을 때는 벌면서 쓰니까 티가 안 났던 습관이, 은퇴 후에는 그대로 독이 됩니다.
오늘은 은퇴 후에 반드시 끊어야 할 소비 습관을 세 가지로 정리해드립니다. 20년 넘게 은행에서 여러 은퇴자분들의 통장을 들여다보면서 느낀 것도 비슷합니다. 돈이 없어서 무너지는 경우보다, 있던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기준이 없어서 무너지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목차]
3위. 체면 때문에 쓰는 돈
친구나 친척 앞에서 있어 보이려고 과하게 돈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60대 은퇴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때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가족을 위한 마음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기 위한 소비였다.” 이런 소비는 대부분 경조사비, 명절 용돈, 모임 자리에서의 지출로 나타납니다.
결혼식, 장례식, 돌잔치마다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한다는 생각에, 형편을 넘어서는 액수를 꺼냅니다. 명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제자매, 친척들 눈치를 보면서 용돈 액수를 정하다 보면, 정작 내 생활비 계획은 뒷전이 됩니다. 당장은 몇만 원, 몇십만 원이지만, 이게 반복되면 가랑비에 옷 젖듯 쌓입니다. 내가 진짜 쓰고 싶어서 쓰는 돈인지, 남 눈치 때문에 쓰는 돈인지, 한 번쯤 구분해 보셔야 합니다.
한 번은 체면이지만, 그게 1년에 열 번, 스무 번 반복되면 결국 생활비를 갉아먹습니다. 경조사 한 번에 10만 원씩만 잡아도, 한 해 스무 번이면 200만 원입니다. KB금융 2025년 기준 부부 최소 생활비가 월 248만 원인 걸 감안하면, 은퇴 후 생활비 한 달 치가 이런 식으로 조용히 빠져나가는 셈입니다.
2위. 계획 없이 쓰는 여가비
은퇴하고 나면 갑자기 시간이 많아집니다. 그 자유로워진 기분에 계획 없이 여행이나 고가의 취미 생활에 돈을 쏟는 경우가 많습니다. 순간의 즐거움은 크지만, 노후 자금은 금세 줄어듭니다. 전문가들도 은퇴 후에는 여가·여행 같은 자유재량 지출이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문제는 소득은 끊겼는데 지출 패턴은 일할 때와 똑같이 유지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정교한 예산 없이 이렇게 가면, 자산이 눈 녹듯 사라질 수 있습니다.
여행도, 취미도 끊으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그때그때 기분 내키는 대로 쓰지 마시고, 연간 얼마까지 쓸지 미리 정해두고 그 안에서 누리셔야 합니다. 진짜 여유는 지속 가능한 즐거움에서 나옵니다.
은행에서 은퇴 상담을 하다 보면, 퇴직금을 받은 지 석 달도 안 돼 해외여행, 차량 교체, 집 리모델링을 한꺼번에 진행한 뒤 “생각보다 돈이 너무 빨리 줄어든다”고 다시 상담을 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큰돈이 통장에 들어오면 여유가 생긴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돈은 앞으로 20~30년을 버텨야 할 생활비라는 사실을 잊기 쉽습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 가운데 하나가 “퇴직금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였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계산해 보면 2~3년 사이에 해외여행에 약 500만 원, 차량 교체에 약 2,000만 원, 집 리모델링에 약 3,000만 원, 자녀 지원에 약 1,500만 원까지 수천만 원이 빠져나간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한 번 커진 생활 수준은 다시 줄이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은퇴 후에는 돈을 얼마나 버느냐보다, 생활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1위. 건강에는 아끼는 습관
은퇴 후 가장 큰 변수는 물가도, 투자도 아닙니다. 예상하지 못한 의료비입니다. 그래서 가장 큰 후회도 건강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검진이나 적절한 치료에 돈을 아끼다가, 결국 큰 병원비로 수천만 원을 쓰게 됩니다. 정기검진을 미루거나 운동을 소홀히 하면, 나중에 훨씬 더 큰 의료비로 돌아옵니다. 젊을 때 술, 담배, 잦은 회식, 불규칙한 생활로 건강을 해치는 소비를 반복하고, 그 대가를 은퇴 후 의료비로 치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이 넉넉하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갑자기 큰 병원비가 나오는 순간 감당이 안 됩니다. 미리 든 건강보험이나 실손보험이 있어도, 자기 부담금이나 비급여 항목까지 생각하면 결국 목돈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에 쓰는 돈을 아끼는 건 절약이 아니라, 훨씬 큰 지출을 뒤로 미루는 것뿐입니다. 퇴직 후에는 건강에 쓰는 소비야말로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연간 검진비는 약 20만 원 수준이지만, 경증 치료비는 약 100만 원, 중증 치료비는 수천만 원 이상, 장기 간병비는 1억 원 이상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2025년 12월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월 68만 원, 20년 이상 가입자는 월 112만 원인 반면, KB금융 2025년 기준 부부 최소 생활비는 월 248만 원입니다. 중증질환 치료비는 비급여 포함 시 수천만 원, 3년 기준 장기 간병비는 5,0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들어갑니다.
상담하다 보면 “이 나이에 검진비까지 아까워서” 하시는 분들을 자주 봤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아낀 검진비보다, 나중에 나온 병원비가 훨씬 큰 경우를 더 많이 봤습니다. 건강은 나중에 큰돈으로 갚아야 하는 항목이지, 아껴서 남는 항목이 아닙니다.
건강은 이상이 없을 때는 비용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병이 생긴 뒤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됩니다. 운동, 정기검진, 예방접종, 필요한 치료에 쓰는 돈은 소비가 아니라 미래의 의료비를 줄이는 투자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병을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 기간도 짧고 비용도 적게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예방이 나중의 큰 지출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한 번 큰 병을 앓고 나면, 그때는 이미 아끼고 말고를 따질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치료를 받을지 말지가 아니라, 어떻게든 치료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하실 일
최근 3개월 지출 중에서 남에게 보이기 위해 쓴 돈이 있는지 한 번 가려보시기 바랍니다. 여행이나 취미비를 연간 예산으로 미리 정해두고, 그 범위 안에서 쓰는 습관을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미뤄둔 건강검진이 있다면, 지금 바로 예약부터 잡아보시기 바랍니다.
이 세 가지, 그때 조금만 참았더라면이라는 후회 목록에 오르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점검입니다. 거창한 절약이 아니어도 됩니다. 이 세 가지 습관만 점검해도, 후회 목록에 오를 뻔한 지출의 상당 부분을 미리 막으실 수 있습니다. 오늘 지출하는 돈이 10년 뒤에도 가치가 있을지, 한 번씩 생각해 보는 습관이 노후 자산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맺음말
정리하겠습니다. 경조사 스무 번이면 200만 원, 체면 때문에 쓰는 돈이 생활비 한 달 치를 조용히 갉아먹습니다. 퇴직금을 받은 지 석 달 만에 수천만 원이 빠져나간 사례도 적지 않으니, 여가비는 연간 예산으로 미리 정해두셔야 합니다. 건강검진비를 아낀 것보다 나중에 나온 병원비가 훨씬 큰 경우가 더 많으니, 건강에 쓰는 돈은 절약이 아니라 투자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