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계부는 젊은 사람들만 쓰는거라 생각하고 계신가요? 그럼 한가지 여쭤볼게요. 매달 나가는 돈, 정확히 얼마인지 바로 대답하실 수 있으세요? 대부분은 대략적인 느낌으로만 알고 계십니다.
은퇴 후에는 고정 소득이 줄어드는 만큼, 생활비를 관리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셔야 합니다. 특히 월급이라는 방어막이 사라지면, 작은 지출 하나가 체감상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오늘은 실제 재무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생활비 줄이는 팁 세 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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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1 — 먼저 적어보세요
언젠가 연말정산을 하려고 카드내역을 살펴보는데 제가 썼지만 저도 기가막힌 씀씀이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란적이 있습니다. 그 때 알았죠. 이건 무조건 정리를 해야 보인다! 한 달 지출을 정리하면 뭘 줄여야 할지 한눈에 보입니다.
한 경제교육원 재무 상담 사례를 보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한 외벌이 부부는 가계부를 쓰기 전까지 매달 69만원씩 적자를 내고 있었습니다. 원인을 몰랐던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배달 음식과 장보기 지출이 얼마나 쌓이는지 한 번도 정리해본 적이 없었던 겁니다.
부부는 딱 2주 가계부를 쓰고 나서 식비만 월 100만원에서 70만원으로 30만원을 줄였습니다. 여기에 세금·자동차 비용, 경조사비 같은 비정기지출까지 12만원 더 줄이면서, 총 42만원의 지출을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 매달 69만원이던 적자가 27만원까지 줄었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습니다. 맞벌이로 연 1억원을 버는 40대 부부도 정작 가계부는 적자였는데, 원인을 찾아보니 부부 용돈이 월 100만원까지 불어나 있었습니다. 외식 대신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식으로 용돈만 60만원으로 줄였는데도, 적자 규모가 138만원에서 82만원까지 줄었습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소득이 적어서가 아니라, 지출을 기록하지 않아서 적자가 났다는 점입니다. 기록하면 지출 패턴이 보여 불필요한 소비를 찾기 쉬워집니다. 수기 가계부든 앱이든 방식은 상관없습니다. 일단 딱 한 달만 가계부 앱이든 수기든 적어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Tip2 — 고정지출부터 줄이세요
당장 이걸 줄이면 꼭 죽을 것만 같죠? 처음에는 다 그렇습니다. 그게 바로 익숙한 것과 결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의 뇌는 이미 거기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그 패턴을 깨면 큰일이 날 것 처럼 굴죠. 단언컨대, 사는 데 지장 없으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어요.
구독료, 보험료 등등 매달 수십만원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앞서 사례의 부부도 가계부에서 식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게 보험료 73만원이었습니다. 지인 보험설계사 말만 믿고 이런저런 상품에 가입하다 보니, 보장 내용이 중복되는 항목이 적지 않았습니다.
다른 상담 사례의 신혼부부도 통신비를 28만원에서 12만원 줄였고, 보험료도 10만원 넘게 줄였습니다. 또 다른 상담 사례에서는 모임회비를 42만원에서 10만원으로, 보험료 1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65만원을 아예 0원까지 줄여서 총 137만원을 절약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항목들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한 번 정리해두면 매달 자동으로 절감 효과가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식비나 외식비처럼 매번 신경 써야 하는 지출과 달리, 고정지출은 한 번 손보면 그다음부터는 그냥 덜 나가는 구조가 됩니다.
저도 은행 다닐 때 든 보험 몇 개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정리하면서 놀란 적 있습니다. OTT 구독료, 보험료, 통신비 이 세 가지는 한 번 정리해두시면 점검할 때마다 절감 효과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날짜를 정해두고 정기적으로 점검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Tip3 — 생활비는 팀플레이죠
자식도 친구도 다 필요없어요. 부부가 최고입니다. 둘이 함께 밸런스를 맞춰서 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반드시 부부가 나란히 보셔야 합니다. 한쪽만 아끼면 약해집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30~40대 부부 중 배우자의 월 소득을 오차 5% 이내로 정확히 아는 응답자는 남편 38%, 아내 49%에 그쳤습니다. 가계 지출 규모를 오차 10만원 이내로 정확히 아는 경우는 22%에 불과했고, 자산 규모를 정확히 아는 경우도 37% 수준이었습니다. 즉 재무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는 부부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각자 벌고 각자 아끼다 보면, 서로 겹치는 지출을 놓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통합형 패키지도 100% 활용하셔야 합니다. 통신 3사 가족결합을 활용하면 인터넷·휴대폰 회선 수와 요금제 조건에 따라 매달 수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절감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부가 휴대폰 2회선과 인터넷 1회선만 묶어도 매달 2만원 안팎을 절약할 수 있고, 여기에 IPTV까지 결합하면 할인 폭이 조금 더 커집니다. 가족이 다 같이 묶을수록, 회선이 많을수록 할인율이 올라가는 구조라, 따로따로 가입한 경우라면 한 번쯤 비교해볼 만합니다. 각자 따로 아끼는 것보다 통신, 보험, 구독 서비스를 가족 단위로 묶어서 정리하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형님, 지난달 생활비 얼만지는 아시죠? 배우자분과 한 번 같이 앉아서 가계부를 펼쳐보시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생활비를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아끼는 게 아니라 아는 것입니다.
오늘 딱 한 가지, 지난달 지출 내역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