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그렇게 흘렀어도 여전히 기술 하나쯤 있어야 밥 먹고 살지, 그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옵니다.
AI 시대를 넘어 AGI 시대가 될 거라는데, 형님은 은퇴 후 무엇을 하면서 살 계획이신가요.
은퇴를 앞두면 아웃플레이스먼트를 운영하는 회사는 다들 자격증 하나쯤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합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조사에 따르면 국가기술자격 필기시험 응시자 중 50대 비중이 2019년 9.2%에서 2023년 12.2%까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응시자 수는 연평균 1.7% 늘었는데, 50대만 따로 보면 9.2%나 늘어서 다른 연령대보다 증가 폭이 훨씬 가팔랐습니다. 50대 응시자에게 목적을 물었더니 취업 또는 창업이 37.9%로 가장 많았고, 자기개발 28.2%, 직무수행능력 향상 23.1%가 뒤를 이었습니다.
문제는 자격증을 딴다고 다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오늘은 자격증 취득에 돈과 시간을 날리지 않으려면 뭘 봐야 하는지 세 가지로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돈이 된다 해서 땄지만
자격증을 따면 뭔가 짠하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 같지만 아쉽게도 현장은 너무 다릅니다. 무엇보다 적성에 맞지 않으면 말짱 꽝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공인중개사입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집계에 따르면 자격증 보유자 46만 6,589명 중 실제 개업 중개사는 11만 4,615명으로, 전체의 24.6%에 그쳤습니다. 즉 현재 개업하지 않은 상태인 자격 보유자가 훨씬 많다는 뜻이고, 이런 경우를 이른바 장롱면허라고 부릅니다.
물론 이 안에는 한 번 개업했다가 폐업한 경우도 섞여 있어서, 전부 아예 안 써본 자격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어느 쪽이든 자격증 취득과 실제 현장 활동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국 시험 준비할 때 상상했던 현장과, 실제 개업 후 마주하는 현장이 너무 달랐던 경우가 많습니다.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과 실제 손님 응대, 계약서 작성, 중개 영업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저도 은행 다닐 때 자격증만 잔뜩 따놓고 안 쓰는 동료들을 꽤 봤습니다. 시험 합격이 목표가 아니라, 합격 이후 실제로 그 일을 매일 할 수 있는지부터 먼저 따져보셔야 합니다.
둘째, 형님의 경력을 빌드업할 수 있는 자격증이어야
현업에서 20년, 30년 달리셨으면 나와서 완전히 새롭게 거듭날 자신 있으실까요. 적어도 자격증은 활용 가능성이 높은 것에 걸어야 합니다.
산업안전기사, 전기기사처럼 문턱이 높은 면허성 자격일수록 재직 중인 사람이 응시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산업안전기사는 재직 상태 응시자가 85%, 전기기사는 75%에 달했는데, 자기계발이나 업무 능력 향상 목적이 많았습니다. 재직 중에 자신의 업무와 연계해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존 경력과 완전히 동떨어진 분야보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 이어지는 자격증일수록 활용 가능성이 높을 수 있습니다. 만약 저처럼 20년간 쌓아온 금융과 자산관리 경력과 이어지는 자격증이라면, 완전히 새로운 분야보다 활용도 면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이나 금융 강의 과정처럼, 기존 경력 위에 쌓는 자격일수록 실제로 써먹을 가능성이 큰 이유입니다. 전혀 관련 없는 분야로 완전히 갈아타는 자격증은 그만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갑니다.
셋째, 형님이 원하는 자격증을 딴 사람의 후기를 쫓아
말만 그런 건지 아니면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최고의 방법은 현장답사입니다.
자격증 학원 광고나 합격 후기만 보고 결정하면, 실제 현장의 어려움은 보이지 않습니다. 장롱면허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시험과 실제 업무 사이의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합격 후기는 시험에 붙는 법을 알려주지, 그 일을 매일 하는 삶이 어떤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형님이 준비하는 자격증을 먼저 따서 현업에 있는 분을 찾아가, 하루 일과를 직접 들어보시는 게 가장 확실한 검증입니다. 가능하면 사무실이나 현장에 직접 방문해서, 하루 몇 시간 일하고, 실제 수입은 어느 정도인지 솔직하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한두 시간 찾아가서 물어보는 수고를 아끼다가, 몇 달치 학원비와 1~2년의 시간을 날리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자격증 공부하는 동안에는 합격 자체가 목표처럼 느껴지지만, 진짜 승부는 합격 이후부터 시작됩니다.
맺음말
형님, 자격증을 준비한다는 기분에만 취해 계신 건 아니죠. 시험 합격보다 중요한 건, 합격 이후 그 일을 현실로 매일 해낼 수 있느냐는 겁니다. 이번 주, 관심 있는 자격증 현업 종사자를 한 명이라도 만나보시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