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레버리지 탑승자의 치명적인 착각 TOP3

저는 은행에서 오래 근무해서 지키는 금융에 익숙합니다. 주식장에서 잔뜩 불려온 돈을 받아서 안전하게 지키고 적당한 이자를 얹어 만기 때 돌려드리면 고객들의 만족한 얼굴에서 뿌듯함을 느끼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반대로 은행 적금, 예금을 깨서 그걸 주식장에 투하하고 몽땅 잃어 만회하겠노라 대출까지 해달라는 패턴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이러지 마시라 말리고 싶을 지경입니다.

올해만의 일일까요. 아니요. 매년 해마다 때가 되면 이 패턴은 늘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결국 사람들의 심리에서 비롯된, 이 타이밍을 절대 놓치면 안 된다는 조급함에서 벌어진 참극입니다.

레버리지 상품 들고 계신 형님들, 오늘은 숫자보다 먼저 마음속 착각부터 짚어보려 합니다. 레버리지 ETF는 일일수익률을 목표로 설계된 상품입니다. 장기 보유 시에는 기대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운용업계의 일반적인 설명이지만, 단언컨대 당일 양전에서 나오지 않으면 그다음을 절대로 기약할 수 없는 장입니다. 말만 그렇지 않은 척 할 뿐입니다. 증권사는 거래가 많아야 수수료로 수천억 원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실제로는 퇴직금처럼 오래 지켜야 할 돈을 여기에 장기로 묻어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3위. 변동성 감소 따위 안 무섭다

나는 오를 때 털고 나올 타이밍을 잡을 수 있으니까 음의 복리 따위 안 무섭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구조라서, 변동성이 큰 구간을 지날수록 원금이 실제 지수 움직임보다 더 깎여나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ETF 업계에서는 이를 변동성 감소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은 상장 이후 마이너스 43.83%까지, 삼성전자 레버리지도 마이너스 36.48%까지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간단한 예시로 보면, 기초자산이 하루 마이너스 10%, 다음날 플러스 11.11%를 기록하면 이틀 뒤 원금을 그대로 회복합니다. 그런데 2배 레버리지는 같은 기간 동안 마이너스 20%, 플러스 22.22%를 적용받아서, 기초자산은 회복했는데도 레버리지 상품은 원금 아래에서 마감합니다.

그래서 형님은 성공하셨습니까. 타이밍을 정확히 잡아서 털고 나온다는 건,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시장 고점과 저점을 매번 맞혀야 하는 일입니다. 워런 버핏도 최근 인터뷰에서 시장을 향해 뼈있는 말을 남겼습니다. 버핏은 최근 시장의 투기적 분위기를 비판하며 이를 카지노가 딸린 교회에 비유했습니다. 직접 레버리지 ETF를 지목한 발언은 아니지만, 단기 투기 심리를 경계한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2위. 나는 물려도 버틸 수 있다

마이너스 상태로 몇 달만 버티면 다시 오른다는 보장,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이 착각이 위험한 이유는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 구조 자체가 일반 주식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수가 반토막 났다가 원래대로 회복돼도, 그 과정이 변동성 큰 등락을 거친 경로였다면 레버리지 상품은 원금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하루의 등락폭이 두 배로 반영되면서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라서, 버티면 원금 회복이라는 일반 주식의 상식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수가 고점 대비 20%대 급락했던 최근 국면에서도, 신용융자를 활용해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이들의 반대매매가 잇따랐습니다. 현금으로만 투자했다면 반대매매 위험은 없지만, 빚을 내서 들어간 경우 버티려던 계획이 강제로 끝나버릴 수 있습니다.

1위. 어차피 인생 한 방이야

지금 투자하는 금액으로는 한 방에 역전하기 어렵습니다. 레버리지는 치고 빠지기라는 사실, 형님 잘 아시죠.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백성을 사랑하는 근본은 아껴 쓰는 데 있고, 아껴 쓰는 것의 근본은 검소함에 있다고 했습니다. 원래 관리가 나랏일을 다스리는 자세를 말한 구절이지만, 이 원칙을 개인의 재물 관리에 빗대어 보면 통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200년 전에도 무언가를 지키는 근본은 화려한 한 방이 아니라 검소함과 절제였다는 겁니다. 레버리지처럼 짧게 치고 빠지는 전략은 이 원칙과 정반대에 서 있습니다.

퇴직금은 대부분 형님 인생에서 가장 큰 목돈 중 하나입니다. 젊을 때는 손실이 나도 다음 월급, 다음 승진으로 만회할 시간이 있지만, 퇴직금은 그렇게 쉽게 다시 만들기 어려운 자금입니다. 그 돈으로 하루 수익률 두 배짜리 상품에 베팅하는 건, 회복할 시간이 넉넉지 않은 상태에서 회복이 까다로운 손실 구조에 들어가는 셈입니다.

지금 보유 중이라면 확인할 세 가지

지금 보유 중인 레버리지 상품이 있다면, 아래 세 가지부터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첫째, 신용융자로 매수했는지 현금으로 매수했는지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신용융자라면 담보 유지비율과 반대매매 기준가를 정확히 알고 계셔야 합니다.

둘째, 이 상품이 전체 투자금 중 몇 퍼센트인지 계산해보시기 바랍니다. 퇴직금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들어가 있다면 지금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셋째,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최대 기간과 금액을 미리 정해두시기 바랍니다.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에 이 기준이 없으면, 판단이 아니라 반사적으로 물타기나 추가매수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맺음말

정리하겠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변동성이 커질수록 원금이 실제 지수보다 더 깎이는 구조입니다. 물려도 버티면 회복된다는 일반 주식의 상식이 레버리지 상품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퇴직금처럼 다시 만들기 어려운 돈을 한 방을 노리고 넣는 건 회복이 까다로운 손실 구조에 들어가는 셈입니다. 지금 보유 중이시라면 신용융자 여부, 투자 비중, 손실 감내 기준부터 먼저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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